델에서 잡 오퍼를 받았으나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처음 취업을 할 때 필요한 OPT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다. 졸업 즈음에 신청하더라도 발급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었다. 5월에 졸업하고 6월에 델에서 잡 오퍼를 받았는데 7월 말이 되기까지 깜깜무소식이었다.

7월 말에 한국에서 받은 국제 면허가 만료되기에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려고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오피스에 가서 운전면허 시험 신청을 했다. 코네티컷에서는 그 시험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8시간의 안전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렌트카를 빌려서 먼 곳에 있는 교육 센터에서 거금 120달러를 내고 교육도 받았다. 그래서 DMV 오피스에 갔는데 그곳의 직원이 나는 운전면허 시험 신청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안전 교육도 받고 증명서도 제출했는데 왜 안 되느냐고 하니 내가 신분이 불분명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때 학교를 졸업했으니 학생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취업한 것도 아니니 나의 신분 문제가 붕 떠버린 것이었다.

대학원생일 때는 공부와 취업 준비에 너무 바빠서 미국 운전면허를 볼 생각을 못 했는데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 면허증으로 필요하면 렌트카를 빌려 운전해서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이제 졸업하고 시간이 나서 운전면허를 보려고 하니 이제 안 된단다. 정말 그때는 눈 앞이 깜깜했다. OPT 카드를 받으려면 뉴헤이븐의 지금 집에서 기다려야 되는데 1년 리스 기간도 만료되어 가고 나중에 국제 운전면허도 만료되면 짐을 어떻게 옮길지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국제 면허가 2011년 7월 30일까지였는데 기다리다가 결국 7월 20일 즈음에 텍사스로 이사하기로 결정을 했다. 원래는 비행기로 우선 텍사스에 가서 필요한 아파트를 찾고 리스 계약을 한 다음에 다시 코네티컷으로 돌아와서 짐을 꾸려서 이사를 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OPT 카드를 기다리느라 시간도 없었고 그렇게 할 경제적 여유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델에서 잡 오퍼를 준 뒤 이사 비용을 지원해 주었는데 (미국 회사에서는 대부분 새로 직장을 찾고 그 직장이 있는 도시로 이사해야 되면 이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다) 받기로 한 비용이 8000불이었다. 처음에는 8000불이 충분해 보였지만 나중에 통장에 들어온 것을 보니 세금을 떼고 5500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사 비용을 알아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가구 모두를 옮기는 것보다 최소한만 옮기고 나중에 그곳에서 다시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왜 미국 사람들이 이사를 갈 때 Garage Sale이라고 차고에서 자신이 쓰던 물건을 싼 가격에 파는지 알 것 같았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커서 자신을 쓰던 물건을 다 가지고 가게 된다면 짐이 너무 많아지고 거기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지고 있던 식탁, 매트리스, 침대, 책장 등의 큰 가구들은 모두 필요한 사람이나 교회에 주고 나머지 짐들을 박스에 싸기 시작했다. Enterprise라는 렌터카 업체에서 1300불을 주고 일주일 정도 미니밴을 빌려서 텍사스로 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뉴헤이븐에 있던 모든 친구들과 환송회를 끝내고 드디어 텍사스로 출발했다. 전날과 그 날 아침까지도 짐을 싸느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던 계획은 수정되고 결국 오후 2시쯤에 출발했다. 구글 맵에서 가는 길과 시간을 다 보니 약 4일 정도 걸리고 하루에 600~800마일 정도만 운전하면 사흘 후에는 텍사스 오스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날은 너무 늦게 출발해서 첫날 밤 숙소였던 Holiday Inn에 도착한 게 새벽 2시 30분 정도였다. 뉴헤이븐에서 너무 늦게 출발했고 아침까지도 짐을 싸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밤늦게까지 운전해서 예약한 숙소까지 도착하는 길이 너무나 멀게만 보였다. 나는 아직 운전도 익숙하지 않은데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하루8~10시간 정도 계속 운전할 수 밖에 없었다. 운전 첫날은 아내도 나도 너무 피곤했는데 새벽 2시 반까지 운전하느라 계속 눈이 감겼고 서로 잠을 깨워가며 겨우 첫날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네티컷에서 텍사스까지의 여정:
27시간으로 나와 있지만 숙박, 식사, 휴식 등을 합하면 실제로는 거의 4일 정도 걸린다

도시가 바뀌고 주가 바뀔 때마다 변하던 자연 환경이 아직도 정말 기억에 남는다. 커네티컷에서 메리랜드, 버지니아, 켄터키, 테네시, 아칸사스를 거쳐서 드디어 텍사스의 달라스에 도착해서 조금 안도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테네시에 들어서자 갑자기 나무가 울창해지더니 운전하는데 수많은 벌레가 부딪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떤 날은 비가 정말로 엄청나게 와서 고속도로로 가는데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아 결국 운전을 포기하고 근처 교회의 주차장에서 몇 시간동안 비가 좀 약해지기를 기다리다가 간 적도 있었다. 달라스에서는 차가 너무 많고 많은 사람이 난폭하게 운전해서 아주 조심조심하게 운전했었다.

그렇게 4일을 운전해서 델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의 라운드락(Round Rock)이라는 도시에 도착해 근처의 Holiday Inn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도착한 하루는 그래도 좀 편하게 쉬고 다음 날부터 미리 인터넷에서 봤던 아파트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리스 계약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라운드락의 몇 군데 아파트를 돌아다녔는데 다행히 한 곳이 바로 입주가 가능해서 빨리 계약을 끝내고 짐을 옮겨다 놓기 시작했다.

이제 OPT 카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원래는 받는 주소가 코네티컷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사를 텍사스로 오게 되어 어떻게 할까 하다가 수소문해보니 학교 International Office 주소로 받을 수 있었다. 급하게 OPT 카드 받는 주소를 변경하고 오피스에 OPT카드가 도착하면 텍사스로 나중에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OPT카드가 없으면 취업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이렇게 오피스를 거쳐서 받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그렇게 학교 오피스에 부탁하고 텍사스로 올 수밖에 없었다.

OPT 카드를 기다리는 동안 델에서 면접 때 뵈었던 한 한국분으로부터 입사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 내가 근무하게 될 곳이 라운드락 오피스가 아니라 오스틴 오피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나는 면접을 라운드락에서 봤고 그곳이 본사가 있는 곳이니 당연히 거기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스틴에 다른 오피스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다시 매니저에게 확인을 해보니 내가 오스틴 오피스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앞이 깜깜했다.

새로 구한 아파트가 라운드락에 있었기 때문에 델의 라운드락 오피스로 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5.3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여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 20분 정도에 갈 거리였고 혹시나 만일 걸어가더라도 1시간 정도만 걸으면 회사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오스틴 오피스라면 얘기가 달라졌다. 16 km 정도의 거리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 1시간, 걸어간다면 쉬지 않고 걷는다고 해도 3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되면 출퇴근에 큰 문제가 생긴다. 이제 7월말에 국제 운전면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때는 차를 렌트할 수도 없었고 라운드락은 버스가 다니지도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한여름의 텍사스에서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방법을 고민하다가 배터리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전기 자전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료 500달러의 거금을 투자해야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래도 이런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만 해도 너무 다행이었다.

OPT 카드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전기 자전거를 가지고 라운드락에서 오스틴에 있는 델 오피스까지 모의 출퇴근을 해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가니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어서 지도를 다 프린트해서 갔었고 어떤 때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인도가 없어서 차가 다니는 길에서 자전거를 타느라 고생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델 오스틴 오피스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잘못 들어서 4시간 정도를 땡볕에서 고생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여러 번 모의 출퇴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배터리가 2개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배터리 하나로는 오스틴에 있는 회사로 갈 수는 있지만 중간에 전기 자전거의 배터리가 많이 소모되어 후반부에는 조금 힘들게 가야 되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온전히 내 힘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야만 했었다. 근데 만일 배터리가 두 개라면 좀 더 편하게 왕복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전기 자전거 배터리를 하나 더 주문해서 받으니 좀 더 마음이 편안했다.

예전에 연락을 받았던 델에 계신 한국분과 입사 전에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델의 회사 분위기와 입사하기 전에 숙지해야 하는 사항 등 많은 것들을 그분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분이 라운드락에 사셔서 한동안은 라이드를 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너무 감사했다.  

약 2주 정도를 기다리니 학교 오피스로부터 내 OPT 카드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급하게 이메일을 써서 텍사스의 집으로 급행 소포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배송비를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 번호도 같이 보냈다. 다음 날 OPT 카드가 도착하고 드디어 회사에 입사할 준비가 되었다. 정말 꿈만 같았다. 이제는 정말 미국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이었다. 나의 입사일은 2010년 8월 15일이었다.

첫날은 라운드락 본사로 가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 라이드를 해 주시기로 한 한국 분이 그 주부터 휴가라서 그 주는 자전거를 타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날은 점심까지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고 점심 후에는 같이 일하게 될 다른 팀원을 만나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고 오스틴에 있는 오피스로 일하러 가게 되었다. 그 때 만난 팀원은 원래 베트남에서 살았는데 베트남 전쟁 때문에 피난을 다니다가 미국에 망명을 와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델에서는 15년 넘게 일하고 아이도 3명이 있는 워킹맘이었다. 첫날은 내 컴퓨터 시스템을 준비하고 회사 관련 웹사이트나 랩 액세스 같은 꼭 필요한 사항들을 다 챙겨주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자전거를 세워놓은 라운드락 오피스에 데려다도 주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둘째 날부터는 근처에 사시는 다른 분께서 라이드를 해주신다고 하였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미국 직장을 찾을 때만큼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차가 없고 운전할 수 없으면 미국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해주는 귀한 경험이 되었다. 운전면허를 바쁘다고 미루다가 결국은 신분 문제 때문에 못하게 되고 그로 인해 차도 살 수가 없었고 그걸로 회사 출퇴근이 문제가 되면서 정말 복잡한 문제가 되었는데 그 많은 연결된 문제들이 여러 많은 분의 도움으로 조금씩 해결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에 오시는 분들에게 운전면허는 어떻게든 빨리 따라고 권유하곤 한다. 정말 그때는 이 문제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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